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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은 취업을 준비하는 2030뿐 아니라, 재취업을 위해 자격증 열풍에 동참한 5060까지 세대별 현황과 원인을 짚어보고, 우리 사회가 이처럼 자격증 시험에 집착하게 된 배경을 들여다봅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계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다음의장점 "요즘은 마케팅 업무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시장 분석이 필수예요. 주변 취준생 친구들 보면, 토익이나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만큼 데이터 분석 자격증도 최소 하나는 필수로 준비하더라고요"
공공기관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인 취업준비생 김윤하 씨(26)는 지난 17일, 데이터 분석 자격증인 '사회조사분석 신한은행 전세자금대출 연장 사 2급'을 취득한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상경 계열 전공이 아니다 보니 취업할 수 있는 회사가 상대적으로 좁다고 느껴졌다"며 "직무 역량을 보완하기 위해 관련 자격증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인 취업준비생 김윤하 출퇴근 1시간 씨(26)의 '사회조사분석사 2급' 자격증 취득 증명서 스캔본. /사진=이민형 기자
김 씨는 인턴 경험을 통해 데이터 분석 역량의 중요성을 체감했다. 그는 "인스타그램 페이지 기획 업무를 맡았는데, 원시 데이터를 분석 프로그램을 이용해 직접 분석하고 결과를 시각화하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기업회생절차 고 말했다. 이어 "기사나 정리된 보고서만 참고할 때보다, 원자료에서 직접 변인을 통제하면서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과정이 훨씬 효과적이었다"고 덧붙였다.
?◇ "데이터 분석 자격증, 취업 당락 갈라"
한국전력공사의 2025년도 상반기 대졸 수준 채용공고에서 동사무소저소득층지원 ADsP와 SQLD 자격증 보유자에게 서류전형에서 최대 5점의 가산점을 부여하는 모습. /사진=한국전력공사 채용공고
최근 기업들이 '데이터 분석 능력'을 주요 평가 기준으로 삼으면서, 관련 자격증 보유 여부를 채용 우대사항으로 명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데이터 이해 및 분석의 기초 역량을 평가하는 'ADsP(데이터분석 준전문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정보를 다루는 SQL 언어 활용 능력을 검정하는 'SQLD(Structured Query Language Developer)', 설문 설계부터 통계 분석, 보고서 작성까지 사회조사 전반의 실무 능력을 검정하는 '사회조사분석사' 등이 대표적이다.?2015년부터 의무화된 NCS(국가직무능력표준) 기반 채용에서, 정보 능력과 수리 능력은 거의 모든 직무에서 요구되는 공통 역량이기 때문이다.
한국전력공사의 2025년 상반기 대졸자 공채 모집 요강에 따르면, 지원 직무와 관계없이 ADsP나 SQLD 자격증을 보유한 지원자는 서류 전형에서 최대 5점의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사회조사분석사 2급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 근로복지공단 등 다수의 공공기관에서 우대 자격증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9급 통계직 공무원 시험에서는 5%의 가산점이 부여된다.?
이에 따라 ADsP의 응시자 수는 2019년 1만349명에서 2023년 4만4202명으로 4배 이상 증가했으며, SQLD도 같은 기간 9663명에서 4만8794명으로 약 5배 가까이 늘었다. 사회조사분석사 2급 역시 2019년 9635명에서 2023년 1만1310명으로 약 18% 증가하며 꾸준한 상승세를 보인다.
한 기업 인사 담당자는 A 씨는 "일부 기업은 자격증 보유 여부를 정량적 기준으로 점수화해 평가하고 있다"며 "그러한 기업들은 필기시험이 있더라도 비교적 쉽게 출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업이 우대하는 자격증을 갖추는 것이 당락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조사분석사 2급과 ADsP 자격증을 모두 취득한 뒤, 지난해 해당 자격증을 우대사항으로 명시한 공기업에 합격해 근무 중인 김수민 씨(33)는 "말이 '가산점'이지, 서류 합격 기준이 높은 일부 공기업에서는 우대 자격증이 없으면 사실상 합격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 정부 예산 증액·가산점 정책이 불붙여
고용24의 K-디지털 트레이닝 프로그램에서 수강생 선발 시 SQLD 등 데이터 분석 자격증 소지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모습. /사진=고용24
정부가?데이터를 이해하고, 분석하며, 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인 데이터 리터러시(Data Literacy)?교육을 강화하면서 ADsP, SQLD 등 데이터 분석 자격증 응시자 수는 더욱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정부의 투자와 자격증 우대 정책이 맞물리며, 관련 자격증이 '취업 필수 스펙'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정부 지원 사업인 고용노동부의 'K-디지털 트레이닝' 예산은 2021년 2224억 원에서 2024년 4732억 원으로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이 사업은 기업과 협력해 실무 중심의 정보기술(IT) 교육을 제공하는 훈련 프로그램으로, 국민취업지원제도 참여자를 대상으로 내일배움카드를 통해 전액 무료로 제공된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은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2023년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K-디지털 트레이닝 수료자 10명 중 약 7명이 IT 관련 직군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담당 부처는 해당 과정의 수강생 선발 시 ADsP, SQLD 등 데이터 분석 자격증 소지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어, 자격증 취득 수요 증가의 직접적인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ADsP, SQLD 자격증 취득을 위한 비용도 지원한다. 현재 정부 통합 취업 플랫폼인 '고용24'에는 SQLD 취득 과정, 빅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훈련 과정이 개설돼 있는데 수강료가 수십만 원에 이르지만 내일배움카드를 활용하면 대략 1/3 가격에 수강할 수 있다.?
?◇ 비(非)IT 직무도?데이터 소양 필수
최근 이직에 성공한 마케터 최정윤 씨(26)의 ADsP와 SQLD 자격증 합격 증명서. /사진=이민형 기자
최근 기업 현장에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보편화되면서, 비(非)IT 직무에서도 데이터 활용 능력과 통계적 분석 역량이 필수 역량으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에는 기술직군에 한정되던 역량이, 이제는 마케팅·기획·경영지원·인사(HR) 등 다양한 부문에서도 요구되는 것이다.
특히 고객의 소비 패턴이 점점 더 정교해지고 다변화하면서, 기업들은 '개인화 마케팅'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데이터를 수집·분류·가공·해석해 실질적인 의사결정에 반영할 수 있는 능력이 곧 경쟁력으로 연결된다. 단순 수치 나열을 넘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행동을 예측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최근 이직에 성공한 마케터 최정윤 씨(26)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체감했다고 전했다. 그는 "기존에도 마케팅 직무에 있었지만, 데이터 기반 분석 마케팅 직무로 전직하고자 SQLD와 ADsP 자격증을 모두 취득했다"며 "문송(문과라 죄송)하기 싫어서 두 자격증을 취득했는데 조합이 좋았는지 서류 합격률이 확실히 올라갔고, 면접에서도 데이터 분석 능력을 갖춘 마케터로 어필하기 쉬웠다"고 했다.
비전공자나 비개발 직군의 실무자들도 일정 수준 이상의 데이터 리터러시를 갖춰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현직자들도 실감하고 있다. 최근 한 대기업에 사무직 직군으로 입사한 김소영 씨(26)는 "비(非)IT 직군임에도 신입사원 교육 과정에서 우리 회사의 실제 사례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분석 강의를 수강했다"며 "데이터 해석 능력이 직무 수행의 기본이 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취업엔 도움 되지만…효용성엔 의문도
다만 기업들이 데이터 분석 역량을 중시하는 흐름은 분명하지만, 관련 자격증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특히 SQLD와 ADsP 자격증은 취업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이론 중심으로 내용이 구성돼 있어 막상 입사 이후 실제 직무에선 자격증이 가르치는 능력이 별로 쓰이지 않아, 입사 가점 기준으로 적합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SQLD는 데이터베이스의 구조와 SQL 문법에 대한 이론 시험 중심이라, 실무 현장에서 주로 다뤄지는 대용량 데이터 전처리나 시각화 업무와는 괴리가 있다는 평가가 있다. ADsP 역시 기초 통계 이론 문제로 구성돼 있어, 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실제로 데이터를 다루는 능력'과는 거리가 있다.
한 상거래 스타트업 데이터 팀 실무자 C씨는 "요즘 기업들이 원하는 건 단순히 통계 개념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실제 데이터 세트를 손에 쥐고 인사이트를 도출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며 "ADsP는 이론적인 기초로서 의미는 있지만, 실무에서는 파이썬처럼 손에 익은 도구를 쓸 줄 아는 역량이 더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강조했다.
두 시험 모두 실기 시험 없이 필기시험만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도 현장에서 요구되는 실무 역량과의 간극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최근 IT 관련 자격증은 필기에 비해 실기 시험 난도가 점점 어렵게 바뀌면서 실무형 인재를 선별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취업준비생 최다윤 씨(26)가 ADsP 자격증 취득을 위해 무료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며 공부하는 모습. /사진=이민형 기자
공공기관 취업준비생 최다윤 씨(26)는 "ADsP는 유튜브 무료 강의를 통해 공부했고 SQLD는 교재만 봤다"며 "ADSP는 10시간, SQLD는 3일 정도 공부했는데 컴퓨터활용능력 시험 대신 가점 주는 자격증으로 취득하기 좋다"고 전했다. 실제 두 자격시험 모두 최근 3년 합격률은 50~60% 선을 유지 중이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자격시험을 주관하는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최근 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응시자들의 수준도 전반적으로 높아지다 보니 이런 인식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해당 자격시험이 지나치게 쉽다는 평가는 상대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ADsP와 SQLD는 데이터 분석 업무 역량을 검정하는 엔트리(입문용) 자격증으로, 기본 지식을 평가하기 위해 필기 시험 체계로 구성됐다"며 "시험 문제는 매년 새롭게 출제되고 있으며, 최신 기술 트렌드를 반영해 고전적 내용은 지속해서 개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mean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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